[COLUMN] 이상빈 교수와 함께 떠나는 프랑스 축제 문화

굴욕영광으로 바꾼 퓌뒤푸(Puy du Fou)가 주는 메시지

프랑스의 여름을 수놓는 다양한 축제에 병행해서 즐기기에 가장 좋은 방문지는 역시 테마파크다. 유럽 유일의 디즈니랜드가 소재한 파리권에서는 프랑스 역사에서 힌트를 얻은 만화 주인공 아스테릭스 이름을 딴 테마파크도 있지만, 역사를 주제로 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또 다른 공간인 ‘그랑 파르크(Grand Parc)’와 야간 공연 ‘시네세니(Cinéscénie)’는 축제 문화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방문자 수로는 프랑스 4위의 테마파크에 불과할지라도, 역사를 녹여내는 방식, 발전과 확대 과정, 운영 시스템, 장기 발전을 위한 노력 등 모든 것이 연구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시네세니 공연에 참가하고 있는 그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규모, 공연 콘텐츠의 완성도는 한 번이라도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느낌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제공한다. 그 속에는 축제와 도시, 공동선과 역사, 문화와 삶에 관련된 모든 코드가 녹아있다. 퓌뒤푸가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에게 수여하는 테아 클래식 어워즈(Thea Classic Awards)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상을 왜 연거푸 받고 있고 40년이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직접 이 장소를 찾아가봐야 한다.


퓌뒤푸의 의미는 자발성과 상상력으로부터 전적으로 비롯되었다. 퓌뒤푸는 라틴어로 podium과 fagus가 합성된 의미, 즉 ‘너도밤나무 언덕’을 뜻하는 허구의 지명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 테마파크가 들어선 코뮌의 행정 지명 ‘레 제페스(Les Épesses)’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모든 것은 역사에서 출발한다. 퓌뒤푸는 방데(Vendée) 데파르트망에 소재해 있다. 역사책에 방데 전쟁 혹은 방데 전투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이 지방 역사는 프랑스사 입장에서 볼 때 반동의 역사다. 프랑스 대혁명이 성공했기 때문이고, 왕당파가 득세하던 이 지역의 농민들이 대부분 왕정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대혁명이 발발하자 혁명파들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고, 그런 야만성에 격분한 방데 농민들은 죽창과 농기구를 들고 파리로 진격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전투는 혁명군의 승리로 끝나며, 살육 당한 농민들의 숫자는 10만 명에 달했다. 혁명이 성공한 탓에 방데의 슬픈 역사는 19세기에 역사책에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았다.



지역 출신 정치인이었던 필립 드 빌리에(Philippe de Villiers)는 “부끄러운 역사라도 우리 지역의 역사다”라는 주장을 펴면서 이 지방 스토리를 공연으로 만든다. 1978년 이야기다. 공연 참가자는 모두가 퓌뒤푸 인근 14개 마을의 주민들이었다. 역사를 승화시키려는 필립 드 빌리에의 의도와 방데가 갖는 부정적인 의미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변화시키려는 주민들의 소망이 맞아 떨어진 덕분이었다. 공연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퓌뒤푸는 야간 공연을 찾는 사람들을 더 오래 붙드는 방식을 고민하게 되며, 그에 따라 테마파크를 개장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제도가 그렇듯 시네세니의 시작은 미미했다. 필립 드 빌리에 주도로 1978년 6월 16일 처음 시작된 시네세니 공연에는 6백 명 정도에 불과한 자원봉사자가 동참했지만, 첫해에 이미 8만명 이상이 이 공연을 찾기에 이른다. 공연은 조명등조차 부족해 낡은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이용할 정도였다. 현재 시네세니는 23헥타르 이상의 공간에서 중세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방데 지방 역사를 보여주며, 3,200명 이상의 출연진이 8천 벌 이상의 의상을 입고 등장할 정도로 대규모를 자랑한다. 객석은 매회 1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1978년부터 지금까지 시네세니 공연을 관람한 사람 숫자만도 1천만 명을 넘어선다.


시네세니가 방데 전쟁을 중심으로 방데 지역의 5백년 역사를 다루고 있다면, 그랑 파르크 공연들은 좁게는 프랑스, 넓게는 유럽 전역에 걸친 역사를 모두 다루고 있다. 9-10세기에 걸친 바이킹들의 시대뿐 아니라 로마제국, 중세에 동시에 걸쳐 있다. 전통적으로 방데 지역이 동식물의 보고였던 탓에, 그랑 파르크는 동물 보호를 위한 다양한 공간을 테마파크에 마련해두고 있다. 테마파크가 관리하는 동물들은 총 117개 종 1,370마리에 달하며 말, 맹금류, 사자, 호랑이, 늑대, 낙타, 타조, 양, 거위 등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퓌뒤푸는 지속성장에 참여하고 있는 노력을 인정받아 2012년에 그린 글로브(GreenGlobe) 국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랑 파르크의 백미는 시간대별로 여러 장소에서 벌어지는 공연이다. 승리의 신호(Le Signe du Triomphe)는 갈로로마 스타디움이라 불리는 길이 115m에 달하는 경기장에서 열리는데, 갈리아족 포로들이 로마제국 검투사들과 싸우는 내용이다. 유령새들의 무도회(Le Bal des Oiseaux Fantômes)를 통해서는 독수리, 올빼미, 매, 콘도르 등 150마리의 맹금류들의 비행을 접할 수 있다. 창의 비밀(Le Secret de la Lance)이 잔다르크 스토리를 내세운 중세 이야기라면, 바이킹(Les Vikings)은 9-10세기에 갈리아 지방을 침공한 북유럽인들 이야기를 취급하고 있다. 리슐리외의 삼총사(Les Mousquetaires de Richelieu)는 루이 13세 치하의 17세기로 우리를 인도한다. 켈트족의 이야기를 다룬 원탁의 기사들(Les Chevaliers de la Table Ronde)은 특수효과를 이용해 물에서 솟아 나는 기사들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최근에 생긴 공연 중 하나인 마지막 깃털장식(Le Dernier Panache)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라파예트 편에 써서 싸웠다가 1793년 방데 전투에 참가하는 한 해군장교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수효과가 가장 돋보이는 공연이다.



퓌뒤푸를 주목해야 할 이유를 거론하자면 끝이 없다. 몇 개만 들어보자.

1. 퓌뒤푸는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 공연과 테마파크를 계속 확장시켜나가며 수익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자신의 노하우와 역량을 타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 중이다. 푸틴의 요청에 따라 퓌뒤푸 컨셉을 한 테마파크가 현재 러시아에서 건설 중이다.


2. 그들은 '퓌폴레(Puyfolais)'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역사에 대한 감각을 첨예하게 만들고, 지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표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3. 또 괄목할만한 점은 장기적으로 공연 인력을 배양하기 위한 28개의 주니어 아카데미(Académie Junior)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봉에서 승마까지, 서커스부터 조명에 이르기까지 퓌뒤푸 인근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특화된 기술을 습득하는 중이다. 장기적으로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4. 시네세니가 자원봉사자들에 의지한다면, 그랑 파르크는 유급 인력이 운용하는 공간이다. 두 개 시스템의 적절한 배분은 퓌뒤푸라는 거대한 구조를 효율적으로 가동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5. 역사를 풀어내는 방식도 대단히 바람직하다. 시네세니 공연은 방데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증오를 조장하지 않는다. 방데 이야기를 프랑스라는 국가 단위속에 집어넣은 후 오히려 그 역사를 중화시키는 방식을 채택한다.


6. 중단 없는 투자, 새로운 아이템의 끝없는 개발은 퓌뒤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매년 프로그램의 약 30% 정도가 내용을 수정 보완하며, 매년 얻는 수익의 대부분을 다음해 공연을 위해 다시 쏟아붓고 있다. 퓌뒤푸가 성장을 거듭해온 이유다.

7. 배우들의 목소리 협찬 등도 흥미롭다. 제라르 드파르디외, 알랭 들롱, 장 로슈포르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했다. 흥행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전국도로일주사이클대회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미스프랑스 선발대회 등의 유치는 장소를 알리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8. 장르의 혼합도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리슐리외의 삼총사 공연에서는 스페인 춤 플라멩코가 등장하며, 창의 비밀에서는 스페인 갈리시아지방의 아티스트인 카를로스 누녜스 연주곡이 등장한다. 요컨대 프랑스의 테마파크가 아니라 유럽의 테마파크로 간주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퓌뒤푸는 그러한 혼합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다른 장르에서는 프랑스 뮤지컬 <동 주앙(Don Juan)>이 전적으로 그런 형태를 취하고 있다.


우리식의 퓌뒤푸가 가능할까?

질곡과 슬픔으로 뒤덮인 우리 쪽에도 역사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어떤 방식으로 그 역사를 풀어내야 할까?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는 방식은 어떤 것일까?

과연 우리의 공연 능력은 한국의 퓌뒤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우리의 어떤 역사가 이런 류의 공연에 적합할까?

지역은어디? 우리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상빈 자문위원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대우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 <아우슈비츠 이후 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유럽의 어제와 오늘> 등이 있으며,

역서로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나폴레옹의 학자들>,

<NO! :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

<르몽드 20세기사>, <동성애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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