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앙티브의 피카소 미술관


20세기 미술사를 지배한 피카소의 이름은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20세기의 서양 미술사는 곧 피카소의 일생과 작품으로 대변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과 인생스토리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특히, 그가 죽은 이후 대거 공개된 조각 작품은 현대 조각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만큼 혁신적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천부적인 재능과 열정이 넘쳐났던 만큼 작품 활동 기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적이었던 피카소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고 아흔두 살의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5만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워낙 다작으로 유명한 피카소이기에 우리는 그의 이름을 딴 여러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피카소 미술관이라 명명된 곳은 그가 태어난 말라가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을 포함해 바르셀로나, 파리 그리고 프로방스의 앙티브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까지 전 세계에 네 곳이 있다. 각 장소마다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운 그의 인생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의 작품을 한곳에서 느낄 수 있어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그가 말년에

가장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뛰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앙티브의 피카소 미술관이었다. 1946년 피카소는 파리를 떠나 7년 전 우연히 잠시 머물렀던 프랑스 남부 그러니까 프로방스의 작은 항구마을 앙티브에서 작업을 했다. 사실 프로방스는 피카소 이전부터, 그리고 그 이후에도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의 진원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풍부한 햇살과 따뜻한 기후, 파란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은 하늘과 햇빛 아래 출렁이는 금빛 파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은 화가들의 감각을 깨우는 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편안한 프로방스의 특유의 분위기는 피카소뿐 아니라 반 고흐, 샤갈, 마티스, 모네, 니콜라드 스타엘 같은 화가들에게 예술적 영감 뿐 아니라 휴식의 기운을 넉넉히 선사했다. 프로방스 공식 웹사이트 캐치프레이즈 ‛언제나 햇살 가득한 곳’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느낄 만큼 실제로 프로방스는 정말 아름답다.

피카소는 앙티브의 지중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고성에 작업실을 차리고, 불과 2개월에 불과했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지중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림, 판화, 드로잉, 도자기 등 무려 3백여 점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앙티브의 피카소 미술관은 피카소가 작업장으로 삼았던 건물로 미술관으로 개조되기 전까지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건물이었다. 그리스 시대에 건축되어 로마 시대에 성채로 사용되었으며, 1385년 그라말디 가문이 성으로 축조했고 앙리 4세와 쉴리 등이 이 성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1925년 프랑스 정부에서 이 건물을 8만 프랑에 매입하며 국가 소유가 되었고 1946년 앙티브 시에서 피카소에게 이곳을 거처이자 작업실로 내주게 되면서 앙티브와 피카소의 인연이 생기게 되었다. 그 후 1966년 피카소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아티스트 피카소를 위한 첫 미술관이 오픈하게 되었다.

프랑스 남부 특유의 따뜻한 햇살과 푸른 지중해라는 아름다운 모습에 사로잡혀서일까. 인간의 광기와 폭력성에 실망하여 전쟁을 고발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레지스탕스를 돕기에 바빴던 피카소는 이곳에서 ‘삶의 기쁨’이라는 작품을 남기게 된다. 그림 속에 밝고 안정적인 색채와 터치는 마치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삶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미술관은 규모가 작지만 의외로 많은 피카소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멋진 감상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호안미로, 한스 하르퉁, 안나에바 베르만 등 피카소와 인연이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미술관의 작품들은 앙티브의 지중해 풍경과 어우러져 한결 근사한 느낌이 든다. 특히, 피카소가 앙티브의 아름다움에 반해 캔버스가 아닌 이 성의 벽면에 그린 벽화들이 상당히 인상 깊다.

이렇듯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은 특유의 따뜻한 햇살과 멋진 작품들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전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미술관으로 손꼽힌다. 아무리 시간에 쫓기는 여행일지라도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만큼은 오후 햇살 가득한 시간에 방문해 바다가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천천히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강정모

강정모는 세계 유명 여행 웹사이트 VIATOR에서 세계 10대 가이드로 선정된바 있으며, 유럽 예술전문 여행사 Arts & Travel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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