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한 여름 밤의 특별한 경험,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Arena di Verona Festival)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 베로나


청춘남녀의 성급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그린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베로나를 배경으로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덕분에 북부 이탈리아에 위치한 도시 베로나는 오랫동안 사랑의 도시로 알려져 왔다. 매년 2월 발렌타인데이 무렵에는 ‘러브 인 베로나 페스티벌(Love in Verona Festival)’이라는 사랑의 축제도 열리고 있다.


베로나에는 줄리엣의 집이 남아있고, 줄리엣의 무덤도 있어서 오늘날에도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사람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줄리엣의 방 발코니에 기대서 보고, 두 사람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줄리엣의 무덤에 가서 슬퍼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어린 연인의 가슴 아픈 비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베로나에 카퓰렛이라는 가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집안의 여식이 원수 가문의 아들과 사랑에 빠져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든 충격적 연애사건은 허구일 뿐이다. 셰익스피어는 당시 이탈리아 작가의 소설을 비롯해 여러 작가와 음유시인의 노래 속에 전해 내려오던 이 사랑이야기를 희곡으로 바꿔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창조했다. 그리고 그 작품은 불같은 사랑을 상징하는 불멸의 아이콘으로 우리들의 가슴에 남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허구라면 베로나에 근사하게 자리 잡은 줄리엣의 집과 발코니도 상상의 산물일 것이다. ‘줄리엣의 집’은 1905년 관광 상품을 목적으로 베로나 시(市)에서 지정한 가옥이다. 나름대로 최소 100년은 넘은 문화유산이지만 실제 줄리엣이 살았던 집은 아니다. 그 집에 들어서서 황홀해하는 수많은 방문객들도 대부분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줄리엣의 무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름답고 안타까운 이야기에 푹 빠진 관광객들에게 이곳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로 보인다.




고대 로마 유적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축제


베로나 시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무형의 문화콘텐츠를 ‘줄리엣의 집’이라는 유형의 관광자산으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반대로 유형의 건축문화유산을 활용해 대성공을 거둔 무형의 예술 콘텐츠도 보유하고 있다.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Arena di Verona Festival 혹은 Festival lirico areniano, 이하 베로나 오페라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아레나(Arena)는 고대 로마인들이 건설한 대형 원형 경기장을 일컫는 말이다. 베로나에는 로마인들이 만들어 놓은 원형 경기장이 2천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최근까지도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AD 30년에 하얀 대리석을 일정하게 잘라 세워진 이 경기장은 로마의 콜로세움, 나폴리 근처 카푸아에 있는 경기장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원형 경기장으로 약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12세기에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된 외벽은 소실되었지만 내부와 객석이 온전해 현재까지 가장 잘 보존된 경기장으로도 꼽힌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고대 로마의 귀중한 유적이다.


잘 알려진 대로, 로마 시대의 원형 경기장은 검투사들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베로나의 원형 경기장도 같은 용도로 사용되다가 중세 시대에는 마상경기장으로, 이후 근대로 내려와서는 연극만을 공연하는 연극 전용 공연장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분야는 바뀌었지만 만들어진 이래, 시민들의 여흥과 오락을 위한 공간이라는 본연의 기능만은 꾸준히 유지해온 셈이다.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바로 이 원형 경기장을 무대로 1913년 탄생했다. 1813년 태어난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작품 ‘아이다(Aida)’를 공연한 것이 시작이었다.

베로나 출신의 오페라가수 제나텔로(Giovanni Zenatello)가 공연기획자 로바토(Ottone Rovato)와 손을 잡고 당시 연극 공연장으로 쓰이던 타원형의 경기장에서 베르디 탄생 기념 야외 오페라공연을 기획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최초의 야외 오페라 축제로 발전시키기에 이른다. 이후 여러 공연기획자를 거쳐 1936년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제작을 위한 자치재단(Ente Autonomo Spettacoli Lirici Arena di Verona)’이 출범하면서 오페라 축제로서 안정적인 기반을 다져나가게 되었고 1998년,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제작을 위한 자치재단(Ente Autonomo Spettacoli Lirici Arena di Verona)’은 법령에 따라 현재의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Arena di Verona Foundation)’이라는 민간재단으로 거듭났다.




마리아 칼라스의 전설적인 이탈리아 데뷔 무대


밀라노나 비엔나 등 대도시에 있는 유명 오페라극장은 대부분 7월과 8월 여름 두 달 동안 상설 공연을 쉬고 긴 휴가에 들어가는데 이 기간 각종 오페라 축제가 여러 휴양지와 특별한 장소에서 열린다. 베로나 오페라 축제 역시 고대 로마의 야외 원형극장에서 매년 6월과 9월 사이에 완성도 높은 오페라를 선보임으로써 진정한 오페라 축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대략 50여 회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거대한 원형극장이 무대인만큼 주로 스펙터클한 작품이 많이 공연된다. 예를 들면 베르디의 ‘아이다’나 푸치니의 ‘투란도트(Turantot)’와 같이 방대한 등장인물과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들이 많이 공연된다. 레퍼토리는 베르디와 푸치니, 로시니 등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의 작품을 위주로 공연하고 있으며, 여기에 비제의 ‘카르멘(Carmen)’ 등 인기 있는 오페라도 종종 공연된다.


백여 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무대에는 수많은 유명 성악가들이 스쳐갔다. 그 중에서 1947년 베로나 오페라 축제를 통해 이탈리아에 데뷔하려고 미국에서 온 소프라노가 있었다. 폰키엘리(Amilcare Ponchielli)의 격정적 오페라 ‘라 지오콘다(La Gioconda)’에서 주역을 맡아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찬란하게 데뷔한 이 무명의 소프라노는 훗날 마리아 칼라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베로나 오페라 축제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마리아 칼라스는 최고의 오페라스타가 된 이후에도 1954년까지 고정적으로 축제에 출연했다.


특히, 작년에는 유럽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소프라노 임세경이 ‘아이다’에서 주역인 아이다를 노래해 호평을 받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다’는 베로나 오페라 축제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인데 우리 성악가가 주역으로 무대에 섰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도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6월22일부터 9월1일까지 열린다. 6월22일 비제의 ‘카르멘’을 시작으로 9월1일 ‘아이다’로 마칠 때까지 총 5편의 오페라와 1편의 무용 작품, 1번의 콘서트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시·공간을 초월한 특별한 경험


베로나 오페라 축제를 방문한다는 것은 단순히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붕이 없는 야외오페라 극장이기에 오늘날 소위 말하는 디테일한 음향의 질은 다른 오페라극장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름 밤 9시 무렵, 돌로 된 객석에 앉아 촛불을 켜고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설렘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온갖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그 세월을 버텨온 객석은 오늘도 관객들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내어준다. 비록 조명에 가려 선명히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그날 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은 2,000년 전 이 아레나가 지어질 무렵부터 우리에게 달려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들려오는 오페라의 선율은 우리를 다시 또 다른 공간으로 데려간다. 이처럼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도시이며, 오페라 축제의 도시다. “장미꽃을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향기는 역시 마찬가지”라고 줄리엣은 말했지만 그것은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섣부른 판단은 아닐까. 우리가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이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이름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오페라 축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손수연 자문위원은


현재 상명대학교 교수이다.

음악평론가, 대한민국오페라단 연합회 홍보이사 역임,

월간 음악저널 편집위원, 아시아 투데이(일간),

월간 MOVE 등 고정 칼럼 연재 및 평론 기고

2010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삼익악기상 수상(2010)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예술상 평론부문 수상(2015)

대한민국 음악대상 오페라평론부문상 수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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