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이상빈 교수와 함께 떠나는 프랑스 축제 문화



소리로 하루를 채우다

음악의 축제 (Fête de la musique)


 

문화에 대한 입장이 현격히 다른 프랑스와 미국을 비교해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영화가 재미와 감동을 강조하면서 제작물의 상업성을 중시한다면, 프랑스는 영화를 정신의 산물로 간주하며 국가가 제작에 관여한다.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우루과이 라운드 같은 무역 협상에서 문화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논의 의제에서 빼기를 프랑스가 강력히 주장했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비롯된다. 이를 ‘문화적 예외’ 혹은 ‘프랑스적 예외’라 부른다. 이러한 시각은 오늘날 세계 각국의 문화가 등가적(等價的)인 의미를 지닌다는 ‘문화다양성’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경제나 정치 쪽 논리를 문화에 적용될 수 없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아낸 표현이다.


또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이 아주 강했던 프랑스는 왕정 시대에는 절대왕정, 대혁명 이후에는 자코뱅주의의 이름으로 모든 권력을 파리에 집중시켰다. 문화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이러한 전통은 오랫동안 지방의 문화와 언어를 통제하고 지방의 차별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지방이 정체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기간도 70여 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삶의 질, 국민의 행복에 국가가 무관할 수 없다는 프랑스의 입장은 오늘날 다채로운 국가 주도의 행사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런 행사에 국민들 역시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행사만 거론하더라도 ‘예술사 페스티벌(Festival de l'histoire de l'art)’, ‘독서 축제들(Fêtes de la lecture)’, ‘영화의 축제(Fête du cinéma)’, ‘유럽 문화유산의 날(Journées européennes du patrimoine)’, ‘유럽 박물관의 밤(Nuit européenne des musées)’, ‘시인들의 봄(Printempsdes Poètes)’, ‘정원에서의 만남(Rendez-vous aux jardins)’, ‘음악의 축제’ 등이 있으며, 그 중의 백미가 이벤트 성격이 강한 ‘음악의 축제’다. 이런 행사들 말고도 파리시가 주관하는 ‘백야(Nuit Blanche)’ 축제, ‘파리 플라주(Paris Plages)’ 행사들도 유명하다.


 

음악의 축제


‘음악의 축제’는 연중 낮이 가장 긴 6월21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행사 대부분은 저녁과 밤에 열리며,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다. 하짓날 열리던 기존의 여러 축제도 이 대중적인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프랑스어 명칭이 영어권 및 독어권 국가들에서 사용되기는 하지만, ‘World Music Day’, ‘Make Music!’ 같은 표현도 동시에사용되고 있다.


행사는 1976년 당시 프랑스 뮈지크(France Musique) 라디오방송에서 일하던 미국 음악인 조엘 코헨(Joel Cohen)이 구상했다. 코헨은 1년에 두 차례, 하짓날과 동짓날 ‘음악 해방의 시간(Saturnales de la Musique)’ 행사를 열자고 방송에 제안하였고 여러 연주단체가 6월21일 저녁에 함께 공연해주기를 원했다. 그의 꿈은 1976년6월21일 툴루즈(Toulouse)에서 이루어졌다.


1981년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이 계획을 모리스 플뢰레(Maurice Fleuret)가 채택하였고, 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자크 랑(Jack Lang)이 시행하기에 이른다. 첫 행사는 1982년에 열렸지만 1983년 하짓날부터 ‘음악의 축제’가 공식적으로 선언되었다.


유럽 각국도 1985년 이후 행사를 열기 시작했지만, 2011년부터 이 축제는 완전히 국제화되었다. 30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이미 5대륙 110개 국가, 340개 이상의 도시가 행사를 열고 있는 중이다.


‘음악의 축제’의 목표는 음악을 2가지 방식으로 진흥하는 것이다. ‘음악을 만듭시다!(Faites de la musique!)’라는 슬로건 아래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거리와 공공장소에서 무료로 음악을 연주하도록 독려한다. 전문음악인 및 아마추어들이 여는 무수한 콘서트 덕분에 많은 관중은 클래식, 재즈, 락, 월드뮤직, 전통음악, 다양한 언어로 불리는 노래 등 온갖 종류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


 ▲ 유럽 문화유산의 날 2016년 포스터


매년 행사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다. 문화부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만 전국에서 18,000개 이상의 행사가 열리며, 1천만 명 이상이 이 행사를 즐긴다. 프랑스 국내외의 행사 주최자들은 ‘개최도시 국제헌장(Charte Internationale des villes organisatrices)’에 가입한 후 무료와 자유 입장을 보장한다. 현재 전 세계 340개 이상의 도시가 헌장에 가입해있다. 전통적인 문화공간을 드나드는 계층과는 달리 ‘음악의 축제’는 도시사람보다 농촌사람을, 화이트 칼라 계층보다는 농부를 더 끌어들이고 있다. 무료 행사와 통상적인 유통회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접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축제는 랩, 힙합, 테크노, 길거리 댄스, 지방음악 혹은 아프리카나 앤틸러스제도 음악 같은 장르에서 신인들을 찾아내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행사의 성공은 대중적인 행사의 전국적 성공이 다른 장르에까지 확장되는 결과를 낳았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표적인 사례는 1985년부터 개최한 ‘영화의 축제’다. 칸 영화제가 끝난 뒤, ‘음악의 축제’와 같은 시기인 6월말에 열리는데 보다 젊은 관객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행사다. 1983년부터 프랑스에서, 그리고 1991년부터 유럽 전역에서 열리고 있는 ‘문화유산의 날’도 ‘음악의 축제’를 본 따 만들어진 행사로 9월의 어느 주말에 평소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장소들을 대중에게 개방하는 행사다.


하지만 행사로 인한 소음은 여러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에 따라 행정당국은 시끄러운 공연의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아마추어 음악인의 공연을 허락하지 않는 대신 기존의 바나 술집들이 영업시간을 넘어 야외에서 술을 파는 행위를 당국이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음악의 축제’는 여러 도시에서 이런저런 사고로 이어지는 대규모 ‘맥주 축제’로 조롱받기도 하였으며 일부 도시는 병이나 잔 형태의 알코올 판매를 금지하기도 한다. 또한 술을 마시고 핸들을 잡지 못하도록 파리와 여러 대도시들 은 저녁에 무료로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안전 조치를 시행 중이다. 또 다른 문제는 위생적으로 부적합한 식료품들을 길거리 상인들이 판매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나, 음식물 보존과 관리, 쓰레기 처리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대중이 버리고 간, 재생 불가능한 쓰레기 문제를 여러 시민단체도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나 이상의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것이 중산층의 주요한 미덕으로 간주되는 프랑스에서 국민 전체가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음악의 순기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프랑스 전역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사람들은 아침에 신문과 함께 배달되는 행사 리스트를 체크하면서 본인들이 원하는 음악과 장소를 선택하고 하루 일정을 짠다. 그들은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합창, 거리 뒷골목에서 연주하는 스윙, 에펠탑 아래에서의 대형 공연, 사관학교에서의 군악대 연주, 밤을 달구는 레게음악과 아프리카 음악의 리듬을 골고루 즐긴다. 음악을 통한 치유가 만 하루 동안 가능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음악은 사람을 억압하지 않으니 말이다.

▲ 음악의 축제 2017년 로고  ▶ 음악의 축제 포스터. 프랑스 각 도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의 특징을 살린 포스터를 제작한다. 



 

이상빈 자문위원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대우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 <아우슈비츠 이후 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유럽의 어제와 오늘> 등이 있으며,

역서로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나폴레옹의 학자들>,

<NO! :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

<르몽드 20세기사>, <동성애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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